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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26일 토요일

[가정예화] 할아버지의 유품

할아버지의 유품 -- 김용택

 
벚꽃이 지던 그날, 할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던 나는 하얀 봉투를 발견하곤 왈칵 눈물을 쏟았다.
부모님이 이혼하는 바람에 나와 내 동생은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생활했다.
할아버지가 국수를 뽑아 생계를 유지했지만 
생활이 어려워 고등학교에 진학할 때는 돈도 벌 수 있는 산업체 야간학교를 택했다.

학교에 입학하여 첫 월급을 타던 날,
나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애써 진정시키며 할아버지 할머니 앞에 봉투를 자랑스럽게 내밀었다.
할머니는 대견하시다며 연신 눈물을 찍어 내셨지만 할아버지는 아무 말씀도 하지 않고 당연하다는 듯 천 원짜리 육십 장을 천천히 세어본 뒤,
귀가 접힌 돈과 앞뒤가 뒤집힌 돈을 차례차례 귀를 펴고 맞춰서 툭툭 다독이셨다.
그 동작이 어찌나 느리던지 할아버지 앞에서 한 달 용돈을 기다리던 나는 답답하기만 했다.
할머니는 애가 고생하면서 번 돈이니 마음대로 쓰라고 하셨지만 
할아버지는 그런 할머니를 호되게 야단치고 달랑 천 원짜리 세 장을 내미셨다.

나는 속으로 '내 돈인데...'하며 뾰로통해졌다.

월급봉투를 서랍에 집어넣는 할아버지가 너무 야속해서 그날 밤 나는 그대로 회사 기숙사로 돌아와 버렸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매번 할아버지 앞에서 삼 천원을 타기 위해 기다린 지루함이 먼 기억으로 남아 있는데, 할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다 책상 서랍 한쪽에서 가지런히 귀가 맞추어진 지폐 몇 장이 든 돈봉투와 스물일곱 장의 월급봉투, 그리고 내 이름으로 된 저금통장을 발견한 것이었다.

한번도 '수고했다'는 말씀이 없었던 할아버지셨지만 
월급 봉투 한 장까지 하나도 버리지 않고 깨끗이 보관한 것으로 보아 
나를 얼마나 대견하게 생각하셨는지를 알 수 있었다.

내 이름 석 자가 또렷이 박힌 월급봉투를 안고 나는 한참이나 울었다. 

 <행복수첩>, 김용택 엮음, 좋은생각  


2017년 8월 22일 화요일

[교육예화] 할아버지의 컵라면

할아버지의 컵라면 -- 솔로몬


얼마 전 학원 앞 공중전화 부스에서 전화를 걸다가 
지저분한 파카를 입고 있는 할아버지 한 분을 보았다. 
할아버지는 사발면 두 개가 든 비닐 봉지를 들고 있었다. 
겁이 많은 나는 얼른 할아버지를 피해 학원으로 들어갔다.

한 이십 분쯤 지났을까. 
친구와 커피를 마시려고 다시 밖으로 나갔더니 
학원 앞 병원 계단에서 조금 전에 보았던 할아버지가 사발면을 드시고 계셨다. 
그날은 몹시 추운 날이었는데 할아버지가 너무 안돼 보였다. 

그때 한 젊은 아저씨가 씩씩거리며 할아버지에게로 다가갔다. 
아마도 병원 건물을 관리하는 사람인 듯했다. 
그런데 그 아저씨는 라면을 먹고 있는 할아버지를 발로 차며

"야,저리로 가. 저리로 가란 말야" 

하고 야단을 치는 것이 아닌가. 
아저씨의 발길질에 밀려 라면국물이 조금씩 바닥으로 흐르고 있었다. 
생각 같아선 그 아저씨에게 왜 그러냐고 따지고 싶었지만 비겁하게도 나에게는 그럴 용기가 없었다.

강의실에 들어와서도 책은 눈에 들어오지 않고 자꾸만 눈물이 나왔다. 
잘못된 것을 보고도 대항하지 못한 내 자신이 싫었고 
그런 마음가짐으로 대학을 가겠다고 영어 단어와 수학 공식을 외우고 있는 현실이 싫었다.

기어이 나는 수업을 마치기도 전에 가방을 챙겨 학원을 나왔다. 
그런데 아까 그 할아버지가 앉아 계시던 계단에는 미처 다 먹지 못한 사발면 그릇이 엎어져 있었다.
난 과연 무엇을 위해 배우는 것일까.  


세 가지 실패

옛날 한 청년이 스승을 찾아가 지혜를 구했습니다. "저는 꼭 성공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성공을 할 수 있을까요?" 그러자 스승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습니다. "세상에는 세 가지 실패가 있단다." 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