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아버지는 살아 생전 보물처럼 노트를 쓰곤 하셨습니다.
다른 일엔 일체 비밀이 없으셨지만 오직 노트에 대해서는 함구하셨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던 날이 돼서야 비로소 그는 노트를 펴 볼 수 있었습니다.
그 노트에 적힌 것은 가족들의 이름과 친구들의 이름 그리고 낯선 사람들의 이름이었습니다.
무언가 대단한 것을 생각했던 그는 적잖이 실망했습니다.
"아버지의 노트를 보고 있구나."
그의 모습을 본 어머니가 그에게 다가와 인자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어머니는 이 노트를 아세요?"
어머니는 그 노트를 들고 한 장 한 장씩 넘기면서 추억에 잠기시는 듯 했습니다.
"이건 너희 아버지의 기도 노트란다.
매일 밤 한 사람씩 이름을 불러가며 조용히 감사의 기도를 올리곤 하셨지."
청년은 다시 낯선 이름들에 대해 물었습니다.
"이분들은 누구신가요?"
"아버지에게 상처를 주신 분들이란다. 아버지는 매일 그들을 용서하는 기도를 올리셨지."
- 「낮은 울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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