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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19일 목요일

황홀한 고백

황홀한 고백 - 이해인
 
사랑한다는 말은 가시덤불 속에 핀
하얀 찔레꽃의 한숨 같은 것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은
한 자락 바람에도 문득 흔들리는 나뭇가지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는 말은
무수한 별들을 한꺼번에 쏟아내는 거대한 밤하늘이다

어둠 속에서도 훤히 얼굴이 빛나고
절망 속에서도 키가 크는 한 마디의 말

얼마나 놀랍고도 황홀한 고백인가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말은







2017년 9월 17일 일요일

시, 봄까치 꽃

봄까치 꽃

 
까치가 놀러 나온
잔디밭 옆에서
 
가만히 나를 부르는
봄까치꽃
 
하도 작아서
눈에 먼저 띄는 꽃
 
어디 숨어 있었니?
언제 피었니?
 
반가워서 큰소리로
내가 말을 건네면
 
어떻게 대답할까
부끄러워
하늘색 얼굴이
더 얇아지는 꽃
 
잊었던 네 이름을 찾아
내가 기뻤던 봄
 
노래처럼 다시 불러보는
, 봄까치 꽃
 
잊혀져도 변함없이
제자리를 지키며
나도 너처럼
그렇게 살면 좋겠네
 

시, 십자가 묵상

십자가 묵상
 
사랑의 주님
오늘 저의 하루를 돌아봅니다
가정, 일터, 사명의 터
그리고 관계와 일들을
 
십자가 사랑으로 살아가게 하소서
당신의 그 큰 사랑, 구원의 능력을 전할 수 있도록
충성과 사랑, 온유와 겸손의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십자가를 생각하며
저의 부족한 점을 고치도록 도우소서
저의 허물로 인해 이웃에게 상처를 주거나
주님의 이름을 그르치지 않도록 도우소서
십자가의 무한한 능력과 소망으로 살게 하소서
죽기까지 순종하신 당신의 도구로 저를 써주소서
 
현실의 어려움과 고통, 문제들도 주님께 맡깁니다
주님
오늘 하루도 저와 동행하여 주시고
십자가의 큰 사랑 체험하게 하소서
나타내게 하소서(꼬마도장)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 내가 산 것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신 것이라 이제 내가 육체 가운데 사는 것은 나를 사랑하사 나를 위하여 자기 몸을 버리신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 안에서 사는 것이라(2:20)
 

시, 봄비를 기다리며

봄비를 기다리며
 
기나긴 겨울의 침묵을 이겨내는 힘은
자유에 대한 갈망입니다
언젠가 봄이 오리라
새날이 오리라
우리 눈먼 자들에게 밝은 햇살이
귀먹은 자들에게 새들의 소리가
앉은뱅이된 우리가
이 땅을 굳게 딛고 달릴
그날, 그날이
 
마르고 타는 마음에
마침내 새싹을 틔우고
봄이 오게 하는 것은
당신입니다
찌든 공기를 씻어내고
언 땅을 토닥이고
동면하는 친구들을 깨우는 것도
당신입니다
생명을 위한
거룩한 준비로 인도하는 이
바로 당신이지요
 
당신은 언제나 봄을 예비하는 전령
회개로 언 땅을 녹이고
부드러운 대지를 만드는 분이시지요
 
당신은 희망입니다
아직도 날리던 눈발이 눈에 선한데
조금 있으면
개나리 진달래 언덕을 수놓겠지요
얄밉도록 매운 꽃바람
이 바람이 자고 나면
꽃을 피울게 라고
조금만 더
기다리라고 말합니다
 
당신은 소망의 첫 신호입니다
긴 겨울 내내 시름 앓느라 지쳐있는 내게
푸른 꿈입니다
 
"나는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라. 다시 오실 메시야, 우리의 마음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고 부활의 능력으로 우리의 왕이 되실 분. 그분을 예비하는 전령이라. 그날이 오면 듣지 못하는 사람이 두루마리의 글을 읽는 소리를 듣고 어둠과 흑암에 싸인 눈먼 사람이 눈을 떠서 볼 것이다. 천한 사람들이 주 안에서 더없이 기뻐하며 사람들 가운데 가난한 사람들이 이스라엘의 거룩한 분 안에서 즐거워할 것이다. 회개하여라. 그날이 가까웠으니."
 
광야로 나갑니다
그분을 맞기 전에
우리의 묵은 때
마음의 먼지들을 씻습니다
상처난 마음을 치유 받고
곧은 목과 강한 마음에 세례를 받고
우리의 야망을 내려놓습니다
 
비 그치면 이제
봄이 오겠지요
찬란한 생명의 빛
온 대지에 가득하겠지요
그날이 오면
그분이 오시면 

(시,꼬마도장)
 

2017년 8월 3일 목요일

[신앙예화] 고난주간에 읽는 시 '베드로전'

고난주간에 읽는


 
올해 48-414일은 고난 주간입니다. 이 고난주간에 꼭 읽어 두어야 할 좋은 한 편을 소개합니다. 는 내 좋은 친구 권택명 시인이 최근에 펴낸 시집 <첼로를 들으며>에 실려있습니다. 이 시집을 꼭 一讀하시기를 권합니다.
 

베드로전 2

 
닭이 울기 전에
나는 좀더 멀리 가야 하리라
그 분의 눈빛에서
더 멀리 도망쳐야 하리라
장닭처럼 벼슬 곧추 세우고
대제사장 집 뜰 안으로
당당하게 들어가지 못한 새가슴
고개를 떨구고
가능하다면 겟세마네 동산 지나
올리브 숲 저 너머까지에라도
나는 갔어야 하리라
닭 울음소리 들리지 않는 곳까지
한걸음에 내달았어야 하리라
그러나
모닥불 어스름 불빛 속에서도
눈썰미 좋은 계집종이여
그대는 알리라
이미 그대 눈썰미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그 분의 그 눈빛이
나를 꿰뚫고 지나
골고다 언덕 너머
제국 로마의 심장부까지 가버린 사실을
오고 오는 세월 닭이 울 때마다
내 통곡의 눈물 방울 속에
그 분이 언제나 부활하고 있음을



<권택명, 첼로를 들으며, 모아드림, 2001, 142-143>


[시] 산에 올랐더니

을 노래한 漢詩 명작 3
 
예수께서 따로 높은 산에 올라가셨더니...(9:2)
예수께서 기도하시러 산으로 가사 밤이 맞도록 기도하시고...(6:12)
예수께서 다시 혼자 산으로 떠나가시니라(6:15)
 


敬亭山에 올라(獨坐敬亭山) / 이백
 
衆鳥孤飛盡(중조고비진)/ 새들의 무리 하늘 높이 다 날아가고
孤雲獨去閒(고운독거한)/ 외로운 구름 한가히 떠가네
相間兩不厭(상간양불염)/ 마주 보고 앉았으나 싫증나지 않는 것
只有敬亭山(지유경정산)/ 나 그리고 너 경정산
 



華山에 올라 / 구준
 
只有天在上(지유천재상)/ 화산 위로는 오직 하늘 뿐
更無與山齋(갱유여산재)/ 더불어 겨룰 산 없네
擧頭紅日根(거두홍일근)/ 머리 드니 붉은 해 한결 가깝고
回看白雲低(회간백운저)/ 고개 숙여 내려보니 아득한 雲海
 



種南山에 올라 / 왕안석
 
終日看山不厭山(종일간산불염산)/ 종일토록 을 봐도 은 싫지 않다
買山終待老山間(매산종대노산간)/ 아예 을 사서 에서 늙어갈까
山花落盡山長在(산화락진산장재)/ 꽃 다 진다해도 은 그냥 그 모습
山水空流山自閑(산수공류산자한)/ 물 다 흘러가도 은 마냥 한가롭다
 
<이병한, 치자꽃 향기 코끝을 스치더니, 민음사, 2000>
 

세 가지 실패

옛날 한 청년이 스승을 찾아가 지혜를 구했습니다. "저는 꼭 성공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성공을 할 수 있을까요?" 그러자 스승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습니다. "세상에는 세 가지 실패가 있단다." 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