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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22일 화요일

[교육예화] 할아버지의 컵라면

할아버지의 컵라면 -- 솔로몬


얼마 전 학원 앞 공중전화 부스에서 전화를 걸다가 
지저분한 파카를 입고 있는 할아버지 한 분을 보았다. 
할아버지는 사발면 두 개가 든 비닐 봉지를 들고 있었다. 
겁이 많은 나는 얼른 할아버지를 피해 학원으로 들어갔다.

한 이십 분쯤 지났을까. 
친구와 커피를 마시려고 다시 밖으로 나갔더니 
학원 앞 병원 계단에서 조금 전에 보았던 할아버지가 사발면을 드시고 계셨다. 
그날은 몹시 추운 날이었는데 할아버지가 너무 안돼 보였다. 

그때 한 젊은 아저씨가 씩씩거리며 할아버지에게로 다가갔다. 
아마도 병원 건물을 관리하는 사람인 듯했다. 
그런데 그 아저씨는 라면을 먹고 있는 할아버지를 발로 차며

"야,저리로 가. 저리로 가란 말야" 

하고 야단을 치는 것이 아닌가. 
아저씨의 발길질에 밀려 라면국물이 조금씩 바닥으로 흐르고 있었다. 
생각 같아선 그 아저씨에게 왜 그러냐고 따지고 싶었지만 비겁하게도 나에게는 그럴 용기가 없었다.

강의실에 들어와서도 책은 눈에 들어오지 않고 자꾸만 눈물이 나왔다. 
잘못된 것을 보고도 대항하지 못한 내 자신이 싫었고 
그런 마음가짐으로 대학을 가겠다고 영어 단어와 수학 공식을 외우고 있는 현실이 싫었다.

기어이 나는 수업을 마치기도 전에 가방을 챙겨 학원을 나왔다. 
그런데 아까 그 할아버지가 앉아 계시던 계단에는 미처 다 먹지 못한 사발면 그릇이 엎어져 있었다.
난 과연 무엇을 위해 배우는 것일까.  


2017년 8월 19일 토요일

[가정예화] 이불은 누가 빨라구?

이불은 누가 빨라구 

 
아내가 어이없는 사고로 우리곁을 떠난지 4년, 지금도 아내의 자리는 너무 크기만 합니다.
스스로 밥 한끼 끓여먹지 못하는 어린아이와 남편을 두고 떠난 심정이야 오죽했겠습니까마는 
난 나대로 아이에게 엄마 몫까지 해주지 못한게 늘 가슴 아프기만 합니다

언젠가 출장으로 인해 아이에게 아침도 제대로 챙겨주지 못하고 
출근준비만 부랴부랴 하다가 새벽부터 집을 나섰던 적이 있었지요,
전날 지어먹은 밥이 밥솥에 조금은 남아있기에 계란찜을 얼른 데워놓고 아직 잠이 덜 깬 아이에게 대강 설명하고 출장지로 내려갔습니다.

그러나 일이 손에 잡힐 리가 있나요? 
그저 걱정이 되어 몇번이나 전화로 아이의 아침을 챙기느라 제대로 일도 못 본 것 같습니다.
출장을 다녀온 바로 그날 저녁 8시.집으로 돌아온 나는 아이와 간단한 인사를 한 뒤 너무나 피곤한 몸에 아이의 저녁 걱정은 뒤로 한 채 방으로 들어와 양복상의를 아무렇게나 벗어던지고 침대에 대자로 누웠습니다.그순간,"푹! 슈-"소리를 내며 빨간 양념국과 손가락만한 라면 가락이 침대와 이불에 퍼질러지느게 아니겠습니까? 펄펄 끓는 컵라면이 이불속에 있었던 것입니다.
이게 무슨 일인가는 뒷전으로 하고 자기방에서 동화책을 읽던 아이를 무작정 불러내 옷걸이를 집어들고 아이의 장딴지와 엉덩이를 마구 때렸답니다.

" 왜 아빠를 속상하게 해! 이불은 누가 빨라고 장난을 쳐, 장난을!"

다른 때 같으면 그런 말은 안 했을 텐데 긴장해 있었던 탓으로 때리는 것을 멈추지 않고 있을 때,
아들 녀석의 울음섞인 몇 마디가 나의 매든 손을 멈추게 했습니다.

아들의 얘기로는 밥솥에 있던 밥은 아침에 다 먹고, 
점심은 유치원에서 먹고, 다시 저녁때가 되어도 아빠가 일찍 오시질 않아 
마침 싱크대 서랍에 있던 컵라면을 찾아냈다는 것입니다.
가스렌지 불을 함부로 켜선 안된다는 아빠의 말이 생각나서 보일러 온도를 목욕으로 누른 후 데워진 물을 컵라면에 붓고, 하나는 자기가 먹고 한개는 출장 다녀온 아빠에게 드리려고 라면이 식을까봐 제 침대 이불속에 넣어두었다고 합니다.

그럼 왜 그런 얘길 안 했냐고 물었더니 
제 딴엔 출장다녀온 아빠가 반가운 나머지 깜박 잊어버렸다는 것입니다.
아들앞에서 눈물을 보이는 것이 싫어 화장실로 뛰어들어간 저는 수돗물을 크게 틀어놓고 엉엉 소리내어 울었습니다. 한참이나 그러다가 정신을 차리고 나와서는 우는 아이를 달래 약을 발라주고 잠을 재웠습니다.

라면에 더러워진 침대보와 이불을 치우고 아이방을 열어보니 
얼마나 아팠으면 잠자리속에서도 흐느끼지 뭡니까?
정말이지 아내가 떠나고 난 자리는 너무 크기만 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나는 그저 오랫동안 문에 머리를 박고 서 있어야 했습니다. 

낮은울타리.99.5 (이재종/안양시 동안구 평촌동)  


세 가지 실패

옛날 한 청년이 스승을 찾아가 지혜를 구했습니다. "저는 꼭 성공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성공을 할 수 있을까요?" 그러자 스승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습니다. "세상에는 세 가지 실패가 있단다." 청...